유부남의 15일간 뉴욕 여행기
15일간의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남들은 여기저기 멀리도 가고, 가까운 워싱턴도 잘만 가더만, 나는 뉴욕에만 머물렀다.
그래 뉴욕이 너무 좋았다.
가까운 일본, 필리핀, 태국 등은 가봤지만
비행 14시간짜리 미국은 처음이었다.
영어도 못하는 촌놈이, 미국이란 나라를 간다니 다들 놀란다.
나의 여행은 항상 무모함에서 시작된다.
나의 첫 여행은 고3때 떠난 필리핀 마닐라 여행이었다.
아무런 계획없이 그저 26만원짜리 할인항공권이 떳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님에게 대략의 계획만 알린채 모아둔 돈으로 필리핀으로 떠났다.
물론, 학교는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합격했기에 나의 출석에 담임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고,
다녀 온 이후에 그냥 너 같은 또라이는 첨 본다며 한번 웃어주는 걸로 끝났다.
그 후로 필리핀 2회, 태국 2회, 대만, 일본, 등을 다녀왔지만 장거리 여행은 한번도 없었다.
영어를 못한다는 핑계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 두려움을 깨고 첫 장기(?)여행을 떠난 것이 뉴욕이다.
뉴욕에서 유학을 한 친구의 자랑에 술김에 예약을 했다.
와이프한테 다음날 이야기했더니, 반 농담처럼 들었는지, 다녀와 라고 했고
나는 숙소 예약까지 맞혔다. 그리곤, 와이프가 한마디 했다. "진짜가?"
그렇게 비행기를 탔다. 미국이란 낯선 나라의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설레임이 더 컷다.
14시간의 비행 끝에 JFK 공항에 도착했고, 무시무시한 입국 심사가 남아 있었다.
어디서 왔느냐? 몇 일이나 묶을거냐? 뭣 때문에 왔냐? 등 기본 질문등은 달달 외워두었고,
서류도 묶음으로 만들어 대답조차 필요하지 않게 준비했다.
호텔 바우처, 리턴 항공권 등..
그리곤 입국심사관(?)의 날카로운 질문이 시작되었다.
"넌 왜 여권을 재발급 받았냐?" 이 질문이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패스포트 어쩌고 NEW 어쩌고 했고, 그 당시에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왜 여권을 재발급 받았냐?"
나는 전자여권이 아니였기때문에 새로 발급 받은 여권인데,
내 영어 실력으로는 그것을 설명 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대충이라도 둘러대겠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나는
기습 해 온 적병이 칼을 맞은 것 처럼 멍하니 대답 할 수 없었다. 기계적으로 나온 아임쏘리 아임낫스피크잉글리쉬 정도 였을까?
그런데, 의외로 나온 심사관의 대답은 달랐다.
"나도 한국말 못해 미안해, 즐거운 여행되라."
그게 나의 여행의 시작이었고, 미국에 대한 두려움을 깨부셔 주었다.
예약한 한인민박의 매니저는 미국인이였으며,
한국인으로 가득 할 줄 알았던 민박집은, 내가 묶는 15일동안 고작 5명정도의 한국인을 거쳐 갔을 뿐이며,
이유 모르게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나랑 대화가 되지 않아 다시 떠나갔다.(아직도 이 외국인들으 누구일까 궁금하다.)
그러나, 나의 여행은 즐거웠다. 영어를 모르는 것은 아주 조금 불편 할 뿐이지, 나의 여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운 좋게 로터리에 두번이나 당첨되 저렴한 가격에 맨앞줄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두 편이나 보고,
새벽부터 센트럴파크를 달렸으며,
뉴욕 3대 베이글에 커피를 마시며 브런치를 먹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에도 들어와 유명한 쉑쉑버거를 본점에서 줄을 서서 먹기도 했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도 했고, 브루클린 브릿지도 걸어보고, 펍에 가서 맥주도 마셨다.
브라이언파크에서 열리는 흑백필름 페스티벌에도 참석하고, 마룬5의 촬영도 구경하고, 맨하튼을 누비고 다녔다.
아쉽게도 여행 후 사진이 대부분 날라가버렸다.
조금 더 많은 기억, 추억을 남길 수 있었는데, 컴퓨터의 사진이 다 날라가는 바람에 많은 추억을 남기진 못햇지만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뉴욕은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친절한 사람들, 많은 인종의 사람들, 뉴욕은 언제나 나에겐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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